sunatnineflow 19

잘 자지 못한 밤, 무거운 아침

오늘 아침은 미숫가루 한 잔으로 시작했다. 자는 동안도 마음이 쉬지 못했는지, 눈을 떠도 머리는 계속 무거웠다. 에어컨도 켜지 않았고, 창문도 닫혀 있었고, 선풍기조차 꺼져 있었는데, 이상하게 추웠다. 그 차가움 때문에 한밤중에 눈을 떴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계속 잠을 설쳤다. 꿈을 여러 번 꾼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는다. 그저, 쉬지 못했다는 무거운 컨디션만.머리가 묵직하고, 피부는 예민하게 따끔거리고, 기분도 몸도 모두 저조한 하루. 두통약을 챙기고, 피부를 위해 알레르기 약도같이 삼켰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그래서 오늘은 취미로 시작한 보컬 수업도 쉬어야 할 거 같다.으슬으슬 감기 기운이 있는 거 같아서.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

아홉시의 감정 2025.06.27

나는 이제야 나를 기록하기로 했다

sunatnineflow.이 이름 안엔 나의 리듬이 있다.아침 아홉시의 감정, 아직 하루가 날카롭지 않은 그 시간.햇빛이 창으로 들어오고,마음도 천천히 깨어나는 그때.그 시간에 나는,한 줄의 감정을 꺼내어 적는다.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전날의 감정과, 오늘의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서. 여행을 많이 다녀봤고,새로운 걸 경험하는 걸 좋아해서사진도 배우고, 영상도 배운 적이 있다.물론 전공과 무관하진 않다.그런데 이상하게,그 많은 순간들을 내 시간 속에선 기록으로 남기질 않았었다.정작 나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었다.그러다 어느 날 문득,내 발자취가 대단하진 않더라도조금쯤은 남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드러내놓는 삶을 좋아하지는 않지만‘글’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그리고 아주 적은 수준의 사..

흐름의 시작 2025.06.27

비 오는 날엔 괜히

어제부터 비가 내렸다.오늘도 계속, 조용하게 이어지고 있다.나는 여름비가 좋다.딱 지금처럼 선선할 땐.비가 오면 마음도 같이 느긋해지고뭔가 괜찮은 하루가 될 것 같은 느낌도 들고.근데 며칠 지나면어김없이 눅눅해지는건 별로지만.어제는 집중도 잘 안 됐다.해야 할 일은 있었지만속도도 안 붙고, 자꾸 흐트러졌고,그냥... 잘 안 되는 날이었다.딱히 무슨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비 때문인지, 기분 때문인지아니면 그냥 내 몸 상태 때문인지도 모르겠고.그래도 그런 날도 있지 뭐.늘 잘해내야 하는 하루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조금 멍하고,조금 흐릿한 하루.잠깐 그런 날에 머물러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비 오는 날이면늘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예전엔,비가 오는 날이면꼭 만화방에 들러서 만화책을 한가득 빌려왔..

아홉시의 감정 2025.06.26

"서로의 삶을 진심으로 나눈 하루"

원래 가려던 저녁 약속 장소는주방 사정으로 잠시 쉬어가고 있었다. 하는수없이,우리는 길을 건너바로 앞 만두국집에 들어갔다.김치만두국 한 그릇.딱히 기대한 맛은 아니었지만,괜찮았다.이동할 필요 없이지금 있는 자리에서 허기를 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충분했던 저녁.다시 원래 만나기로 했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오늘 우리가 만난 이유는 분명했다.서로 잘하는 걸 나누고,그걸로 서로를 도와주기로 한 날.이사 앞둔 친구의 가구 선택엔내가 고른 것들도 있었고,왜 이게 좋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골랐는지하나씩 이유를 건넸다.리모델링 중인 친구는요즘의 고민과 하소연을 꺼냈고,우리는 조용히 맞장구를 치며그 마음을 받아주었다.사는 얘기도,조금은 웃픈 이야기들도오갔다.또, 이 만남의 이유. 여행 얘기도 나눴다.우리는 8월 초쯤..

아홉시의 감정 2025.06.25

“부족함을 채워주는 하루”

오늘은친구를 만나기로 했다.이사를 앞두고 있어서가구나 필요한 물건들을 함께 보자고 했고,나는 자연스럽게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뭐, 사실 이런 건원래 내 업이었으니까.그리고 여전히 세상에 관심도 많고,또래들보다는 정보도 많이 보는 편이라이런 자잘한 서치를 좋아한다.예쁜 거 찾고, 실용성 비교하고,가격대비 괜찮은 선택을 고르는 것.그런 게 은근히 재밌다. 친구 입장에선내가 옆에 있는 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나는 또 그런 걸 좋아하고.부족한 걸 서로서로 채워주는 관계,그게 난 좋다.뭘 더 잘 알고, 먼저 아는 걸 내세우기보단같이 고민하고,상대가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는 일.그리고 중간중간엔여행 얘기도 나올 것 같고.정해진 건 없지만,이렇게 아무 때고 수다 떨면서다음 여행지를 상상하는..

아홉시의 감정 2025.06.24

“별일 없던 주말, 그리고 나다운 이야기 하나”

느긋했던, 일요일.밥은 제대로 차려 먹기보단그냥 샐러드 하나로 해결하는 주말.한주동안 쌓인 다림질을 해놓고느린 속도로 집 안을 한 바퀴 돌면서조용히 일요일 오후를 즐긴다.사실 나는 낮잠을 자면 두통이 오는 체질이라웬만하면 자지 않지만,주말 아침에도 일찍 눈이 떠지는 요즘은가끔 낮잠에 빠져드는데,그게 또 한번씩 달콤할 때가 있다.무거운 몸보다정리된 마음이 더 오래 남는 느낌.그리고 오후엔조금 색다른 시간을 보냈다.‘케이팝데몬헌터스’.넷플릭스에서 나온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인데,처음엔 가볍게 틀어놓았던 게보다 보니 정말 빠져들었다.갓을 쓴 남자 아이돌,무속신앙과 해태 같은 상징들,그리고 콘서트 시작 전에 먹는 김밥과 라면.이게 너무 한국적이라한 번 피식 웃고,다시 곱씹으면서 감탄하게 된다.그게 단순히 ‘한국풍 ..

아홉시의 감정 2025.06.23

조용한 루틴 속에서 꺼내보는 여행 이야기

주말 아침에도 나는 거의 출근 시간처럼 눈을 뜬다. 아침잠이 줄어든 건 나이 탓일까, 아니면 오래된 사회생활로 몸이 어느새 그 시간에 익숙해진 걸까. 쉬는 날에도 늘 그렇듯, 세안을 하고 이를 닦고 유산균을 챙겨 먹고 한 주 쌓인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한다. 출근 준비로 허둥대는 평일 아침과는 다르게, 주말엔 어김없이 거실의 큰 TV에 몇 시간이고 멈추지 않는 재즈 음악을 재생해둔다. 음악은, 보통 편견 없이 늘 곁에 두는 것 같다. 조용하고, 별일 없는 그런 평범한 아침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평범함이 좋은 하루들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평범함 위에 여행을 하나 꺼내봤다. 다음에 친구들을 만나면 결정해야 할 여행지. 아직은 혼자만의 계획이..

굳은 얼굴과 비의 시작

취미를 찾고자 시작한, 보컬 수업.하지만 전혀 생각과는 다르게수업을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게 있다. 내 얼굴이,아주 오랫동안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아에이오우”단순한 소리를 내기 위해 입꼬리를 올리고,근육을 느리게 움직이며내 얼굴을 다시 만져본다.그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웃지 않아서 굳은 게 아니라,웃을 일이 많지 않아서그냥 굳어 있었던 것 같다.어쩌면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말없이 컴퓨터를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고,익숙한 표정 하나로여러 날을 지나치는 일상들. 오늘 아침,눈을 떴을 때등 한켠에 묵직한 담이 걸려 있었다.움직이기도 전에몸이 먼저 멈춰 있었다.근육이완제를 챙겨 먹으며잠시 그대로 앉아 있었다.창밖에서는비가 내리고 있었다.그리고 오늘은비가 제법 많이 온다고 했다.모든 게 조금씩눅눅..

아홉시의 감정 2025.06.20

각자의 이유로, 그리고 함께

원래는밖으로 나가는 걸 잘 안 하던 사람들이었다.사는 동네 밖으로는 잘 움직이지 않던 친구,바쁘다는 이유로여행을 갈 수 있음에도 가지 않았던 친구,두려움이 커서늘 자기만의 바운더리 안에서 살던 친구.그런 친구들이 이제는 새로운 곳을 가보자고 말한다.어디든 괜찮다고,같이 가면 괜찮을 것 같다고.그래서 나도그 마음에 함께 하기로 했다.장소가 어딘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고,며칠이나 갈지도 말만 오갔을 뿐이지만 —우리가 그 이야기를 꺼냈다는 사실,그것만으로도이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 같다. 그리고,그 시작점부터조금씩 기록해볼까 한다.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이 상태부터,마음이 먼저 움직인 이 순간까지.

덜어내는 연습, 오늘의 흐름으로

요즘은 작은 신호들이 더 크게 느껴진다.몸이 보내는 피로감도,마음속 조용한 목소리도.가끔은 익숙했던 일상조차잠시 멈춰야 할 때가 있다는 걸조금씩 배우는 중이다.오랫동안 익숙했던 것들을가볍게 내려놓는 일.이런 일들을 요즘은 하나씩 하고 있다.그게 어떤 시작이 될지는 몰라도내가 나를 덜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변화들,크게 말하지 않아도천천히 흘러가고 있다.지금의 나를조금 더 잘 돌보는 방식으로.그리고 오늘 하루는딱 이만큼만 해도 괜찮다고,조금은 덜 채워진 채로그저 담담히 흘러가면 좋겠다.

조용한 기록들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