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시의감정 7

잘 자지 못한 밤, 무거운 아침

오늘 아침은 미숫가루 한 잔으로 시작했다. 자는 동안도 마음이 쉬지 못했는지, 눈을 떠도 머리는 계속 무거웠다. 에어컨도 켜지 않았고, 창문도 닫혀 있었고, 선풍기조차 꺼져 있었는데, 이상하게 추웠다. 그 차가움 때문에 한밤중에 눈을 떴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계속 잠을 설쳤다. 꿈을 여러 번 꾼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는다. 그저, 쉬지 못했다는 무거운 컨디션만.머리가 묵직하고, 피부는 예민하게 따끔거리고, 기분도 몸도 모두 저조한 하루. 두통약을 챙기고, 피부를 위해 알레르기 약도같이 삼켰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그래서 오늘은 취미로 시작한 보컬 수업도 쉬어야 할 거 같다.으슬으슬 감기 기운이 있는 거 같아서.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

아홉시의 감정 2025.06.27

비 오는 날엔 괜히

어제부터 비가 내렸다.오늘도 계속, 조용하게 이어지고 있다.나는 여름비가 좋다.딱 지금처럼 선선할 땐.비가 오면 마음도 같이 느긋해지고뭔가 괜찮은 하루가 될 것 같은 느낌도 들고.근데 며칠 지나면어김없이 눅눅해지는건 별로지만.어제는 집중도 잘 안 됐다.해야 할 일은 있었지만속도도 안 붙고, 자꾸 흐트러졌고,그냥... 잘 안 되는 날이었다.딱히 무슨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비 때문인지, 기분 때문인지아니면 그냥 내 몸 상태 때문인지도 모르겠고.그래도 그런 날도 있지 뭐.늘 잘해내야 하는 하루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조금 멍하고,조금 흐릿한 하루.잠깐 그런 날에 머물러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비 오는 날이면늘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예전엔,비가 오는 날이면꼭 만화방에 들러서 만화책을 한가득 빌려왔..

아홉시의 감정 2025.06.26

"서로의 삶을 진심으로 나눈 하루"

원래 가려던 저녁 약속 장소는주방 사정으로 잠시 쉬어가고 있었다. 하는수없이,우리는 길을 건너바로 앞 만두국집에 들어갔다.김치만두국 한 그릇.딱히 기대한 맛은 아니었지만,괜찮았다.이동할 필요 없이지금 있는 자리에서 허기를 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충분했던 저녁.다시 원래 만나기로 했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오늘 우리가 만난 이유는 분명했다.서로 잘하는 걸 나누고,그걸로 서로를 도와주기로 한 날.이사 앞둔 친구의 가구 선택엔내가 고른 것들도 있었고,왜 이게 좋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골랐는지하나씩 이유를 건넸다.리모델링 중인 친구는요즘의 고민과 하소연을 꺼냈고,우리는 조용히 맞장구를 치며그 마음을 받아주었다.사는 얘기도,조금은 웃픈 이야기들도오갔다.또, 이 만남의 이유. 여행 얘기도 나눴다.우리는 8월 초쯤..

아홉시의 감정 2025.06.25

“부족함을 채워주는 하루”

오늘은친구를 만나기로 했다.이사를 앞두고 있어서가구나 필요한 물건들을 함께 보자고 했고,나는 자연스럽게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뭐, 사실 이런 건원래 내 업이었으니까.그리고 여전히 세상에 관심도 많고,또래들보다는 정보도 많이 보는 편이라이런 자잘한 서치를 좋아한다.예쁜 거 찾고, 실용성 비교하고,가격대비 괜찮은 선택을 고르는 것.그런 게 은근히 재밌다. 친구 입장에선내가 옆에 있는 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나는 또 그런 걸 좋아하고.부족한 걸 서로서로 채워주는 관계,그게 난 좋다.뭘 더 잘 알고, 먼저 아는 걸 내세우기보단같이 고민하고,상대가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는 일.그리고 중간중간엔여행 얘기도 나올 것 같고.정해진 건 없지만,이렇게 아무 때고 수다 떨면서다음 여행지를 상상하는..

아홉시의 감정 2025.06.24

“별일 없던 주말, 그리고 나다운 이야기 하나”

느긋했던, 일요일.밥은 제대로 차려 먹기보단그냥 샐러드 하나로 해결하는 주말.한주동안 쌓인 다림질을 해놓고느린 속도로 집 안을 한 바퀴 돌면서조용히 일요일 오후를 즐긴다.사실 나는 낮잠을 자면 두통이 오는 체질이라웬만하면 자지 않지만,주말 아침에도 일찍 눈이 떠지는 요즘은가끔 낮잠에 빠져드는데,그게 또 한번씩 달콤할 때가 있다.무거운 몸보다정리된 마음이 더 오래 남는 느낌.그리고 오후엔조금 색다른 시간을 보냈다.‘케이팝데몬헌터스’.넷플릭스에서 나온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인데,처음엔 가볍게 틀어놓았던 게보다 보니 정말 빠져들었다.갓을 쓴 남자 아이돌,무속신앙과 해태 같은 상징들,그리고 콘서트 시작 전에 먹는 김밥과 라면.이게 너무 한국적이라한 번 피식 웃고,다시 곱씹으면서 감탄하게 된다.그게 단순히 ‘한국풍 ..

아홉시의 감정 2025.06.23

사는 거지, 이렇게 다시 만나는 날에

주말 동안 내가 원하던 순간을 그대로 만났다.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얼굴들이하나둘씩 돌아와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동안 비워져 있던 시간들이순식간에 채워지는 것 같았다.조금씩 다시 채워지는 게 아니라,단숨에 확 밀려오는 희열 —그들이 돌아왔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도내 심장은 그 순간 몇 번을 뛰었던지 모르겠다.그동안 버텨왔던 시간,조용히 기다리던 아침들,막연히 위로했던 스스로의 마음들이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내가 기다린 시간만큼이 순간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몸으로 실감했다.정말,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싶었다.사는 게 이런 거지.벅차고, 벅차서 울컥하고,그러다 또 웃게 되는 그런 시간. 그리고 오늘 아침은 —밤새 요란한 소리로 비가 오고 있음을 알게 해줬고,하늘은 흐리고, 공기는 눅눅하지만내 안에는..

아홉시의 감정 2025.06.16

오랜만에 쌓여 있던 것들

어제는 꽤 피곤한 하루였다.입 안은 다 헐고, 결국 약국까지 다녀왔다."가장 쎈, 피로회복제 주세요."그 한마디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평소보다 두 시간은 일찍 잠들었다.새벽 5시 조금 넘어 눈을 떴다.조용한 방 안에서 몸은 아직 살짝 무겁지만머릿속은 이상하게 가볍고 선명했다.늘 이 시간엔 한동안 비어있던 것들이었는데,오늘은 새벽부터 작은 소식들이 쌓여 있었다.보고 싶던 소식들이, 한참 동안 기다렸던 것들이어쩌면 한꺼번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었다.이렇게 아침을 시작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조금씩 다시 채워지는 느낌이 좋다.그리고 그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괜히 또 웃음이 난다. 오늘은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진 아침이다.

아홉시의 감정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