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atnineflow 35

알고 싶지 않은데, 보이는 것들

어제 문득 주변인 한 명이, 자기가 사주를 봤는데 역마살이 있더란다며 얘기를 꺼냈다.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누가 봐도 역마살이 있으세요!매주, 가끔은 평일 근무 중에도 훌쩍 어딘가 다녀오는 모습이 꼭 예전 내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았으니까.그래서 “그걸 뭐 하러 봐요, 나한테 물어보지 그랬어요” 하며 웃어넘겼는데,돌아보니 나도 어릴 적에 그런 걸 본 적이 있었다. ‘역마살이 있다’는 말.그런데 참 신기한 게,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게 사라지기도 하나 보다. 지금은 없던데.다시 사주라는 걸 봐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가,요즘은 GPT로 사주를 보는 사람도 많다던데, 그 일간표 나오는 거,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내가 자주 느끼는 게 있다.나이가 들수록, 보이지 않아도 되는 것들..

망고로 시작해 댓글로 끝난 베트남 여행기

출발 전, 나는 은근히 설레 있었다.공항에서 환전한 돈만 찾아가면 준비는 끝이었다.그리고 베트남에 도착하면, 내가 미리 주문해둔 신선한 망고가 호텔에 도착해 있을 예정이었다. 망고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선, 도착하자마자 달콤한 망고를 먹으며 여정을 시작하는 상상을 했다. 그게 이번 여행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일 거라 믿었다. 하지만 기분 좋은 상상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국도 덥지만, 베트남은 낮 기온이 38도라는 예보. ‘이건 재난 상황에 준하는 준비’라며 부채, 쿨토시, 냉타월, 시원한 옷까지 챙겼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첫날 밤에 도착해 망고를 맛있게 먹고 푹 자고, 다음날 아침 조식 후 바로 바나힐로 향했다. 그런데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케이블카로 정상까지 40분을 올..

햇빛결의 노트 2025.08.12

휴가의 시작,

회사 일정은 모두 정리했고, 내 공백을 채울 콘텐츠도 미리 만들어 예약 업로드해두었다. 이제 캐리어만 싸면!!그동안 블로그에 글을 오래 올리지 못했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조용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쌓아두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잠시 숨을 고를 여행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대부분 나는 혼자 여행을 다닌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서 외롭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다. 정확히 말하면,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오는 건지 잘 모르겠다.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편이다. 집에 있을 때도 늘 뭔가를 꼼지락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지루할 틈이 없이 나만의 방식으로 잘 논다. 물론 함께하는 여행의 좋은 점도 잘 안다. ..

햇빛결의 노트 2025.08.05

흘러가는 금요일

금요일은 이상하게 마음 한켠이 들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를 무사히 버텨냈다는 안도감, 그리고 주말이라는 쉼표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약속이 있든, 혼자만의 시간이든, 주말이 주는 감정은 늘 조금 특별하다.그래서 원래라면, 오늘 같은 날은 컨디션도 좋고 기분도 가볍게 떠올라야 할 텐데. 이번 주 내내 이어진 비 때문인지 몸도 마음도 조금 무거워졌다. 지금도 창밖엔 조용히 비가 내린다. 이미 피해가 커졌다는 뉴스도 보았고, 자연은 언제나 아름답고, 동시에 두렵다. 이런 날이면 그 감정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생각이 여기저기 흘렀지만, 어쨌든 이번 주를 잘 버텨냈다. 그 사실 하나로, 오늘이 조금 더 의미 있어진다.그런 금요일이다.주말엔 몇 개의 약속이 있고, 월요일엔 연차를 내..

조용한 이야기 2025.07.18

비 오는 날, 음악 하나로 충분했던 순간들

나는 기본적으로 비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눅눅하고 습한 공기에 컨디션이 좀 안 좋아진 날과 맞물리면알러지가 올라오기도 해서. 하지만, 가끔 진짜 막 쏟아질 땐 시원하게 느껴질 때도 있긴 하다.소리 때문인지, 분위기 때문인진 몰라도.머든 적당해야 좋은데..어릴 땐 비 오면 친구들이랑 우산도 안 쓰고 뛰어다니던 기억이 있긴 하다.어쩌면 누구나 있을 법한 기억이자, 추억.머 지금도 사실 우산은 잘 쓰진 않는다.그냥 성인이 된 후엔 일찍 차를 몰고 다녔어서,더욱 쓸 일이 없기도 했고.비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없다고 생각하지만,단 하나. 정말 좋아하는 게 하나 있었다.그건 꼭 비가 와야 완성이 되는—요즘은 고소공포증이 생겨서 운전이 가끔 힘들어질 때가 있어서가급적 운전을 자제하고 있는데,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

조용한 이야기 2025.07.17

매년 이맘때쯤, 변함없는 행복

늘 이맘때쯤이면 일 년에 한 번, 회사로 불쑥 찾아와 무심한 듯 선물을 주고 가는 동생이 있다.처음엔 직장 동료로 만나 ‘사회 친구는 오래 친해지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준 고마운 친구.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데도 매일같이 만났던 사람처럼 편한 관계다. 또 나는 늘, “아무것도 사 오지 마” 마음은 다 안다고 해도 늘 반복되는 연중행사. 이렇게 고마운 사람이 또 있을까. 바쁜 업무 중에 불쑥 나타난 동생 덕분에 하루 종일 흥얼거리며 일했다.문득 궁금해 선물 상자를 열어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입욕제가 가득. 그냥 입욕제가 아니라 좋아하는 향과 종류만 쏙쏙 골라온 센스에 감탄했다. 기분 좋은 향이 코끝에 감기는 걸 보니, 오늘은 무조건 퇴근하면 오랜만에 반신욕을 할까 한다. 겨울엔 매일 하던 것이 여름엔 더..

아홉시의 감정 2025.07.15

짐 정리.

하루 반차를 쓰고 시작한 집 정리였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미션처럼 집으로 달려가 두 시간 동안 버릴 것들을 마주해야 했다. 사실 업체는 분리수거와 쓰레기, 가구 처리 등 가장 큰일들을 맡아주었지만, 버릴 것은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끝없이 솟아나는 쓰레기 더미에 나중에는 내가 제대로 움직이고는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쳐갔다. 점심은 대충 떡 몇 개로 허기를 채우고 저녁도 건너뛰려다 쓰러지겠다 싶어 냉면과 돈가스를 시켜 먹고는 다시 정리를 이어갔다. 어쩜 이렇게 일이 끊이질 않는지. 모든 것을 마치고 씻은 뒤 소파에 앉은 시간은 밤 9시, 바로 어깨와 손 마사지기를 꺼내 한 시간가량 뭉친 몸을 풀고 진통제 네 알을 먹고 잠이 들었다.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빛바랜 흑백의 가족사진을 발견했다. 추..

아홉시의 감정 2025.07.11

정리 정돈, 할 일들이 쌓여가는 하루

어제는 여전히 바쁜 하루였다. '바쁘다'는 말은 참 여러 의미를 담는다. 어떤 날은 성취감과 보람으로 가득 찬 좋은 의미의 바쁨이고, 어떤 날은 그저 할 일이 끊이지 않아 정신없이 흘러가는 또 다른 하루일 뿐이다. 어제는 후자에 가까운 날이었다.오후에는 업무 진행을 위해 다른 지역을 다녀와야 했다. 함께 간 팀원들 덕분에 힘들지 않게 다녀오긴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문득 집에 쌓여 있는 또 다른 '숙제'들이 떠올랐다. 바로 이번 주말에 방문할 가족들 때문이었다. 가족이 집에 오기 전까지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단순한 청소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처 손대지 못했던 짐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말 그대로 집안 전체를 거의 '이사'하는 수준으로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한 ..

아홉시의 감정 2025.07.09

예상치 못한 주말 손님 소식

어제는 정말 예상치 못한 소식 하나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이 동반자와 함께 주말에 집을 방문한다는 연락이 왔다. 반가움과 동시에 밀려온 감정은 작은 혼란이었다. 갑작스러운 방문 계획은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상황과 겹쳤기 때문이다. 마침 우리 집 공간에 변화가 좀 있었다. 함께 지내던 가족이 잠시 자리를 비워둔 곳이 있었다. 방문 예정인 가족이 오기 전에 그 방을 정리하고, 물건들을 그곳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단순히 방만 비우는 것이 아니라, 오래 쌓인 짐들을 분류하고 재배치해야 하는 대작업이 필요했다. 생각만 해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식탁의 부재였다. 기존 식탁은 새로운 것으로 교체할 계획으로 이미 치워버린 상태였다. 손님을 맞..

아홉시의 감정 2025.07.08

정신없던 주말, 내 시간이 어디로 갔을까.

주말엔 유튜브 채널에 음악 영상을 올릴 계획이었다.음악도 이미 만들어두었고, 영상도 어느 정도 정리해놓은 상태였기에, 마무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이번 주말엔 그걸 꼭 끝내고 싶었다.그런데 그 전에, 누군가 내게 썸네일 작업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왔다.간단하게 정리해서 블로그에 한번 써볼까 싶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다.익숙한 작업이라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할 말이 꽤 많았다.예시도 넣고 싶었고, 과정도 순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무작정 따라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그러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글 하나 쓰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무엇이든 더 담는 게 나을까, 아니면 적당히 덜어내는 게 나을까.그 ..

아홉시의 감정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