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 나는 은근히 설레 있었다.
공항에서 환전한 돈만 찾아가면 준비는 끝이었다.
그리고 베트남에 도착하면, 내가 미리 주문해둔 신선한 망고가 호텔에 도착해 있을 예정이었다.
망고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선, 도착하자마자 달콤한 망고를 먹으며 여정을 시작하는 상상을 했다. 그
게 이번 여행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일 거라 믿었다.
하지만 기분 좋은 상상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국도 덥지만, 베트남은 낮 기온이 38도라는 예보.
‘이건 재난 상황에 준하는 준비’라며 부채, 쿨토시, 냉타월, 시원한 옷까지 챙겼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첫날 밤에 도착해 망고를 맛있게 먹고 푹 자고, 다음날 아침 조식 후 바로 바나힐로 향했다.
그런데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케이블카로 정상까지 40분을 올라가는데, 창밖은커녕 시선조차 둘 수 없었다.
겨우 도착했더니 이미 사람이 너무 많아 골든 브릿지는 포기. 일행들도 사진만 몇 장 찍고 바로 내려가자고 했다.
아마 우리 팀이 가장 먼저 하산했을 것이다.
그날 이후 일정은 조금씩 수정됐다. 오행산은 아예 빼버렸고, 쇼핑도 한마켓 대신 시원한 롯데마트에서 했다.
한마켓에서 느낀 더위와 인파, 그리고 땀 범벅의 첫인상 때문이었다.
롯데마트에서 여유롭게 장을 보고 필요한 걸 살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환전소 근처에서 호객하는 사람을 따라간 마사지샵은 완전히 실패였다.
시력이 안 좋아 안경을 벗으면 잘 안 보이니, 내부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던 게 화근이었다.
청결 상태가 썩 좋지 않았고, 호텔에 돌아와 보니 피부 알러지가 올라왔다.
예민한 피부라 평소에는 조심하는데, 그날은 무심코 들어갔다가 후회했다.
그래도 3박을 묵은 호텔은 깔끔했다. 방 키가 고장 나 리셉션을 불렀던 일을 빼면, 세탁 서비스도 좋았고 조식도 무난했다.
덕분에 최소한 쉴 때만큼은 마음이 편했다. 몽키트래블 베트남 담당자와는 불편한 일도 있었다.
이미 결제한 입장권이 누락돼서 다시 결제할 뻔했고, 예약해둔 스파는 취소됐으니 다시 하러 오라는 연락까지 받았다.
여행 중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쌓이면 생각보다 피로가 커진다.
다낭은 ‘경기도 다낭시’라는 말이 있을 만큼 한국 사람이 많았다.
어딜 가나 한글이 보이고,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친절했다.
특히 우리를 태워준 렌탈 기사 아저씨는 무척 친절하고 배려심이 있어서, 이동하는 시간만큼은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너무 더울 때만 피하면 무난하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라는 건 인정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여기까지 써놓고는, 블로그에 업로드를 못 하고 있었다.
휴가의 여파로 다시 직장인의 삶으로 돌아오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는 거다.
사진을 같이 올려야 하나, 그냥 글만 올릴까 고민하다가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 퇴근길에 블로그 알림이 떴다.
“꾸준히 글 쓰는 거 힘드시죠? 저도 힘들지만 열심히 쓰고 있어요.”
어떤 분이 남겨준 댓글이었다. 순간 웃음이 터졌다. 아니, 내 글을 기다리신 건가? 내 마음을 어떻게 아셨지?
사실 휴가도, 일도,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시간을 낼 수는 있으니까.
그래서 결국 저녁을 먹고 작업실 방에 와서 컴퓨터를 켜고, 이렇게 후기를 쓰고 있다.
작은 관심이어도, 댓글 하나가 이렇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동기가 되고, 또 다음 글을 쓰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매일은 못 하더라도, 그래도 꾸준히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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