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기록 17

흘러가는 금요일

금요일은 이상하게 마음 한켠이 들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를 무사히 버텨냈다는 안도감, 그리고 주말이라는 쉼표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약속이 있든, 혼자만의 시간이든, 주말이 주는 감정은 늘 조금 특별하다.그래서 원래라면, 오늘 같은 날은 컨디션도 좋고 기분도 가볍게 떠올라야 할 텐데. 이번 주 내내 이어진 비 때문인지 몸도 마음도 조금 무거워졌다. 지금도 창밖엔 조용히 비가 내린다. 이미 피해가 커졌다는 뉴스도 보았고, 자연은 언제나 아름답고, 동시에 두렵다. 이런 날이면 그 감정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생각이 여기저기 흘렀지만, 어쨌든 이번 주를 잘 버텨냈다. 그 사실 하나로, 오늘이 조금 더 의미 있어진다.그런 금요일이다.주말엔 몇 개의 약속이 있고, 월요일엔 연차를 내..

조용한 이야기 2025.07.18

비 오는 날, 음악 하나로 충분했던 순간들

나는 기본적으로 비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눅눅하고 습한 공기에 컨디션이 좀 안 좋아진 날과 맞물리면알러지가 올라오기도 해서. 하지만, 가끔 진짜 막 쏟아질 땐 시원하게 느껴질 때도 있긴 하다.소리 때문인지, 분위기 때문인진 몰라도.머든 적당해야 좋은데..어릴 땐 비 오면 친구들이랑 우산도 안 쓰고 뛰어다니던 기억이 있긴 하다.어쩌면 누구나 있을 법한 기억이자, 추억.머 지금도 사실 우산은 잘 쓰진 않는다.그냥 성인이 된 후엔 일찍 차를 몰고 다녔어서,더욱 쓸 일이 없기도 했고.비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없다고 생각하지만,단 하나. 정말 좋아하는 게 하나 있었다.그건 꼭 비가 와야 완성이 되는—요즘은 고소공포증이 생겨서 운전이 가끔 힘들어질 때가 있어서가급적 운전을 자제하고 있는데,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

조용한 이야기 2025.07.17

정신없던 주말, 내 시간이 어디로 갔을까.

주말엔 유튜브 채널에 음악 영상을 올릴 계획이었다.음악도 이미 만들어두었고, 영상도 어느 정도 정리해놓은 상태였기에, 마무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이번 주말엔 그걸 꼭 끝내고 싶었다.그런데 그 전에, 누군가 내게 썸네일 작업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왔다.간단하게 정리해서 블로그에 한번 써볼까 싶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다.익숙한 작업이라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할 말이 꽤 많았다.예시도 넣고 싶었고, 과정도 순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무작정 따라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그러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글 하나 쓰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무엇이든 더 담는 게 나을까, 아니면 적당히 덜어내는 게 나을까.그 ..

아홉시의 감정 2025.07.07

박살난 핸드폰, 생각보다 더 문명속에 살

갑작스럽게 핸드폰이 박살 났다. 중요한 게 너무 많았다는 걸, 그제야 좀 무섭다고 생각했다. 어제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핸드폰이 박살 나는 순간, 진짜 멘붕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알고는 있었는데, 그 안에 이렇게 많은 게 들어 있었는지 실감이 안 났다.연락처도, 메모도, 업무 관련 캘린더도.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어제는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연락처를 기억 못 하니까 방법이 없었다.그나마 구글에 저장해둔 연락처가 떠올랐지만, 전화번호가 없는 것도 많았다. 게다가 왜 이렇게 2단계 인증은 많이 해놨는지. 왜 모든 로그인을 핸드폰 하나로 연결해둔 걸까 싶었다. 앞으로는 핸드폰 바꾸면 그런 설정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아직도 멘탈이 온전하지 않다.특히 평소엔 너무 당연하게 여겼..

아홉시의 감정 2025.07.04

도파민 후유증과 피로회복제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피곤하고, 무거운 하루.예전 같으면기분 좋은 여운에 몸도 따라올 줄 알았는데이젠 그게 아니다.나이가 들면기쁨도 체력 안배가 필요한가 보다.웃픈 현실이지만.그냥,순응하는 척하면서중간중간 하고 싶은 건 또 한다.그렇게반항 아닌 반항을 하며나는 내 중심을 지킨다.예전엔 피로할 때낚지볶음 같은 걸 먹으러 갔다.매운 맛으로 정신을 깨우고장어 한 점으로 기운을 다시 붙잡고.지금은,그런 음식 찾아다니기보단그냥 약국에서 피로회복제를 고른다.몸이 더 이상기분 따라 움직여주지 않으니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그래도마음만큼은 여전히내 방식대로 움직이고 싶다. 조금 피곤해도,조금 무거워도.

아홉시의 감정 2025.07.03

도파민이 폭발하는 아침

어제는 사실 굉장히 불쾌하고,답답한 하루여서, 하루의 마무리가그런 기분으로 닫힐까봐 더 기분이 안 좋았다.그런데 —뜻밖의 저녁 라이브로,밤새 언짢은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지금은 도무지 그게 뭐였는지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왜냐면 덕질이,일상의 스트레스를 다 덮어버릴 만큼너무 기쁘고, 너무 좋고, 너무 설레니까. 사람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혼자 웃다가,또 혼자 눈물 날 뻔하고,그러다 다시 혼자 헤벌쭉.이 기쁨을 누구한테 설명할 수 있을까?아니, 그냥 오늘은‘내가 이렇게 기쁜 날도 있다’는 걸나만 아는 걸로도 충분한 것 같다.그러니까 오늘은 덕질이 나를 살렸다.그리고 그건,매번 새삼스럽고, 또 감사한 일이다. 고맙다, 7

아홉시의 감정 2025.07.02

차가운 하늘 아래, 따뜻한 발견

그날 하늘은조금 무서웠다.비가 올 듯 말 듯,먹구름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지만기이하게도구름은 움직이지 않았다.하늘이 멈춘 것 같은 기분.잠깐, 현실이 끊긴 느낌이 들었다. 그날 우리는 여행 얘기를 하고 있었고,분위기는 꽤 웃음이 많았다.그런데 친구가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꺼내더니딱 한 장을 찍었다.그리고 그게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사진이다. 나는 그 순간이그저 이상한 하늘,기묘한 날씨,잠깐 지나가는 풍경이라고만 생각했는데,친구는거기서 뭔가를 본 거다.그리고 그걸 꺼내 보여줬다. 알고 보니얘, 사진에 소질 있더라.진짜로. 그런데 사진에서 더 놀라운 건빨간 지붕이었다.구름은 이렇게 차갑고 무서운데,그 집은혼자 또렷하고 선명했다.심지어 이상하게도,위험해 보이지 않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마도그날 우리가 나눴..

조용한 이야기 2025.06.27

잘 자지 못한 밤, 무거운 아침

오늘 아침은 미숫가루 한 잔으로 시작했다. 자는 동안도 마음이 쉬지 못했는지, 눈을 떠도 머리는 계속 무거웠다. 에어컨도 켜지 않았고, 창문도 닫혀 있었고, 선풍기조차 꺼져 있었는데, 이상하게 추웠다. 그 차가움 때문에 한밤중에 눈을 떴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계속 잠을 설쳤다. 꿈을 여러 번 꾼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는다. 그저, 쉬지 못했다는 무거운 컨디션만.머리가 묵직하고, 피부는 예민하게 따끔거리고, 기분도 몸도 모두 저조한 하루. 두통약을 챙기고, 피부를 위해 알레르기 약도같이 삼켰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그래서 오늘은 취미로 시작한 보컬 수업도 쉬어야 할 거 같다.으슬으슬 감기 기운이 있는 거 같아서.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

아홉시의 감정 2025.06.27

"서로의 삶을 진심으로 나눈 하루"

원래 가려던 저녁 약속 장소는주방 사정으로 잠시 쉬어가고 있었다. 하는수없이,우리는 길을 건너바로 앞 만두국집에 들어갔다.김치만두국 한 그릇.딱히 기대한 맛은 아니었지만,괜찮았다.이동할 필요 없이지금 있는 자리에서 허기를 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충분했던 저녁.다시 원래 만나기로 했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오늘 우리가 만난 이유는 분명했다.서로 잘하는 걸 나누고,그걸로 서로를 도와주기로 한 날.이사 앞둔 친구의 가구 선택엔내가 고른 것들도 있었고,왜 이게 좋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골랐는지하나씩 이유를 건넸다.리모델링 중인 친구는요즘의 고민과 하소연을 꺼냈고,우리는 조용히 맞장구를 치며그 마음을 받아주었다.사는 얘기도,조금은 웃픈 이야기들도오갔다.또, 이 만남의 이유. 여행 얘기도 나눴다.우리는 8월 초쯤..

아홉시의 감정 2025.06.25

굳은 얼굴과 비의 시작

취미를 찾고자 시작한, 보컬 수업.하지만 전혀 생각과는 다르게수업을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게 있다. 내 얼굴이,아주 오랫동안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아에이오우”단순한 소리를 내기 위해 입꼬리를 올리고,근육을 느리게 움직이며내 얼굴을 다시 만져본다.그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웃지 않아서 굳은 게 아니라,웃을 일이 많지 않아서그냥 굳어 있었던 것 같다.어쩌면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말없이 컴퓨터를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고,익숙한 표정 하나로여러 날을 지나치는 일상들. 오늘 아침,눈을 떴을 때등 한켠에 묵직한 담이 걸려 있었다.움직이기도 전에몸이 먼저 멈춰 있었다.근육이완제를 챙겨 먹으며잠시 그대로 앉아 있었다.창밖에서는비가 내리고 있었다.그리고 오늘은비가 제법 많이 온다고 했다.모든 게 조금씩눅눅..

아홉시의 감정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