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시의 감정 22

알고 싶지 않은데, 보이는 것들

어제 문득 주변인 한 명이, 자기가 사주를 봤는데 역마살이 있더란다며 얘기를 꺼냈다.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누가 봐도 역마살이 있으세요!매주, 가끔은 평일 근무 중에도 훌쩍 어딘가 다녀오는 모습이 꼭 예전 내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았으니까.그래서 “그걸 뭐 하러 봐요, 나한테 물어보지 그랬어요” 하며 웃어넘겼는데,돌아보니 나도 어릴 적에 그런 걸 본 적이 있었다. ‘역마살이 있다’는 말.그런데 참 신기한 게,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게 사라지기도 하나 보다. 지금은 없던데.다시 사주라는 걸 봐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가,요즘은 GPT로 사주를 보는 사람도 많다던데, 그 일간표 나오는 거,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내가 자주 느끼는 게 있다.나이가 들수록, 보이지 않아도 되는 것들..

아홉시의 감정 2025.08.13

매년 이맘때쯤, 변함없는 행복

늘 이맘때쯤이면 일 년에 한 번, 회사로 불쑥 찾아와 무심한 듯 선물을 주고 가는 동생이 있다.처음엔 직장 동료로 만나 ‘사회 친구는 오래 친해지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준 고마운 친구.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데도 매일같이 만났던 사람처럼 편한 관계다. 또 나는 늘, “아무것도 사 오지 마” 마음은 다 안다고 해도 늘 반복되는 연중행사. 이렇게 고마운 사람이 또 있을까. 바쁜 업무 중에 불쑥 나타난 동생 덕분에 하루 종일 흥얼거리며 일했다.문득 궁금해 선물 상자를 열어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입욕제가 가득. 그냥 입욕제가 아니라 좋아하는 향과 종류만 쏙쏙 골라온 센스에 감탄했다. 기분 좋은 향이 코끝에 감기는 걸 보니, 오늘은 무조건 퇴근하면 오랜만에 반신욕을 할까 한다. 겨울엔 매일 하던 것이 여름엔 더..

아홉시의 감정 2025.07.15

짐 정리.

하루 반차를 쓰고 시작한 집 정리였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미션처럼 집으로 달려가 두 시간 동안 버릴 것들을 마주해야 했다. 사실 업체는 분리수거와 쓰레기, 가구 처리 등 가장 큰일들을 맡아주었지만, 버릴 것은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끝없이 솟아나는 쓰레기 더미에 나중에는 내가 제대로 움직이고는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쳐갔다. 점심은 대충 떡 몇 개로 허기를 채우고 저녁도 건너뛰려다 쓰러지겠다 싶어 냉면과 돈가스를 시켜 먹고는 다시 정리를 이어갔다. 어쩜 이렇게 일이 끊이질 않는지. 모든 것을 마치고 씻은 뒤 소파에 앉은 시간은 밤 9시, 바로 어깨와 손 마사지기를 꺼내 한 시간가량 뭉친 몸을 풀고 진통제 네 알을 먹고 잠이 들었다.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빛바랜 흑백의 가족사진을 발견했다. 추..

아홉시의 감정 2025.07.11

정리 정돈, 할 일들이 쌓여가는 하루

어제는 여전히 바쁜 하루였다. '바쁘다'는 말은 참 여러 의미를 담는다. 어떤 날은 성취감과 보람으로 가득 찬 좋은 의미의 바쁨이고, 어떤 날은 그저 할 일이 끊이지 않아 정신없이 흘러가는 또 다른 하루일 뿐이다. 어제는 후자에 가까운 날이었다.오후에는 업무 진행을 위해 다른 지역을 다녀와야 했다. 함께 간 팀원들 덕분에 힘들지 않게 다녀오긴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문득 집에 쌓여 있는 또 다른 '숙제'들이 떠올랐다. 바로 이번 주말에 방문할 가족들 때문이었다. 가족이 집에 오기 전까지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단순한 청소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처 손대지 못했던 짐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말 그대로 집안 전체를 거의 '이사'하는 수준으로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한 ..

아홉시의 감정 2025.07.09

예상치 못한 주말 손님 소식

어제는 정말 예상치 못한 소식 하나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이 동반자와 함께 주말에 집을 방문한다는 연락이 왔다. 반가움과 동시에 밀려온 감정은 작은 혼란이었다. 갑작스러운 방문 계획은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상황과 겹쳤기 때문이다. 마침 우리 집 공간에 변화가 좀 있었다. 함께 지내던 가족이 잠시 자리를 비워둔 곳이 있었다. 방문 예정인 가족이 오기 전에 그 방을 정리하고, 물건들을 그곳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단순히 방만 비우는 것이 아니라, 오래 쌓인 짐들을 분류하고 재배치해야 하는 대작업이 필요했다. 생각만 해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식탁의 부재였다. 기존 식탁은 새로운 것으로 교체할 계획으로 이미 치워버린 상태였다. 손님을 맞..

아홉시의 감정 2025.07.08

정신없던 주말, 내 시간이 어디로 갔을까.

주말엔 유튜브 채널에 음악 영상을 올릴 계획이었다.음악도 이미 만들어두었고, 영상도 어느 정도 정리해놓은 상태였기에, 마무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이번 주말엔 그걸 꼭 끝내고 싶었다.그런데 그 전에, 누군가 내게 썸네일 작업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왔다.간단하게 정리해서 블로그에 한번 써볼까 싶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다.익숙한 작업이라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할 말이 꽤 많았다.예시도 넣고 싶었고, 과정도 순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무작정 따라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그러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글 하나 쓰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무엇이든 더 담는 게 나을까, 아니면 적당히 덜어내는 게 나을까.그 ..

아홉시의 감정 2025.07.07

박살난 핸드폰, 생각보다 더 문명속에 살

갑작스럽게 핸드폰이 박살 났다. 중요한 게 너무 많았다는 걸, 그제야 좀 무섭다고 생각했다. 어제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핸드폰이 박살 나는 순간, 진짜 멘붕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알고는 있었는데, 그 안에 이렇게 많은 게 들어 있었는지 실감이 안 났다.연락처도, 메모도, 업무 관련 캘린더도.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어제는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연락처를 기억 못 하니까 방법이 없었다.그나마 구글에 저장해둔 연락처가 떠올랐지만, 전화번호가 없는 것도 많았다. 게다가 왜 이렇게 2단계 인증은 많이 해놨는지. 왜 모든 로그인을 핸드폰 하나로 연결해둔 걸까 싶었다. 앞으로는 핸드폰 바꾸면 그런 설정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아직도 멘탈이 온전하지 않다.특히 평소엔 너무 당연하게 여겼..

아홉시의 감정 2025.07.04

도파민 후유증과 피로회복제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피곤하고, 무거운 하루.예전 같으면기분 좋은 여운에 몸도 따라올 줄 알았는데이젠 그게 아니다.나이가 들면기쁨도 체력 안배가 필요한가 보다.웃픈 현실이지만.그냥,순응하는 척하면서중간중간 하고 싶은 건 또 한다.그렇게반항 아닌 반항을 하며나는 내 중심을 지킨다.예전엔 피로할 때낚지볶음 같은 걸 먹으러 갔다.매운 맛으로 정신을 깨우고장어 한 점으로 기운을 다시 붙잡고.지금은,그런 음식 찾아다니기보단그냥 약국에서 피로회복제를 고른다.몸이 더 이상기분 따라 움직여주지 않으니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그래도마음만큼은 여전히내 방식대로 움직이고 싶다. 조금 피곤해도,조금 무거워도.

아홉시의 감정 2025.07.03

도파민이 폭발하는 아침

어제는 사실 굉장히 불쾌하고,답답한 하루여서, 하루의 마무리가그런 기분으로 닫힐까봐 더 기분이 안 좋았다.그런데 —뜻밖의 저녁 라이브로,밤새 언짢은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지금은 도무지 그게 뭐였는지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왜냐면 덕질이,일상의 스트레스를 다 덮어버릴 만큼너무 기쁘고, 너무 좋고, 너무 설레니까. 사람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혼자 웃다가,또 혼자 눈물 날 뻔하고,그러다 다시 혼자 헤벌쭉.이 기쁨을 누구한테 설명할 수 있을까?아니, 그냥 오늘은‘내가 이렇게 기쁜 날도 있다’는 걸나만 아는 걸로도 충분한 것 같다.그러니까 오늘은 덕질이 나를 살렸다.그리고 그건,매번 새삼스럽고, 또 감사한 일이다. 고맙다, 7

아홉시의 감정 2025.07.02

2025.07.01

일 년의 절반이 지나고다시 반을 시작하는 7월의 첫날. 어제는 직장인들의 행복지수 높은 날.근데 뭐 늘 그렇듯,통장에 안녕 하고 스쳐 지나가는 신기루 같은 느낌의 월급날:)그래도,조용히 흐름을 따라가는 아침은 여전히 좋다.그게 나의 루틴이니까. 근데 요즘은 정말 잘 잊어버린다. 잘 잃어버리진 않는데 그나마 다행이랄지..어제 분명 할 말이 있었는데지금은 뭐였는지 도통 생각이 안 난다.일에 대해서는여기저기 노션에도 적고, 카톡방에도 적고, 노트앱에도 적고끊임없이 기록해 두는데,사적인 건 그냥“기억해둬야지” 하고 넘겨버리게 된다.어디다 적지도 않고.그래서 결국은 잊는다.근데 다행히 물건은잃어버리지는 않아서 다행이랄까.어제는 또 괜히 베트남 여행을 슬쩍 찾아보다가정말 좋은 걸 하나 발견했다.그 얘긴,다음에.제대..

아홉시의 감정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