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가려던 저녁 약속 장소는
주방 사정으로 잠시 쉬어가고 있었다.
하는수없이,
우리는 길을 건너
바로 앞 만두국집에 들어갔다.
김치만두국 한 그릇.
딱히 기대한 맛은 아니었지만,
괜찮았다.
이동할 필요 없이
지금 있는 자리에서 허기를 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저녁.
다시 원래 만나기로 했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우리가 만난 이유는 분명했다.
서로 잘하는 걸 나누고,
그걸로 서로를 도와주기로 한 날.
이사 앞둔 친구의 가구 선택엔
내가 고른 것들도 있었고,
왜 이게 좋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골랐는지
하나씩 이유를 건넸다.
리모델링 중인 친구는
요즘의 고민과 하소연을 꺼냈고,
우리는 조용히 맞장구를 치며
그 마음을 받아주었다.
사는 얘기도,
조금은 웃픈 이야기들도
오갔다.
또, 이 만남의 이유.
여행 얘기도 나눴다.
우리는 8월 초쯤
베트남으로 가기로 했다.
항공권도, 호텔도
대충 둘러봤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반은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다.
특별할 것 없었던 하루였지만,
우리가 가진 걸 꺼내고,
서로가 필요한 만큼 나누는
그 마음이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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