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반차를 쓰고 시작한 집 정리였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미션처럼 집으로 달려가 두 시간 동안 버릴 것들을 마주해야 했다. 사실 업체는 분리수거와 쓰레기, 가구 처리 등 가장 큰일들을 맡아주었지만, 버릴 것은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끝없이 솟아나는 쓰레기 더미에 나중에는 내가 제대로 움직이고는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쳐갔다. 점심은 대충 떡 몇 개로 허기를 채우고 저녁도 건너뛰려다 쓰러지겠다 싶어 냉면과 돈가스를 시켜 먹고는 다시 정리를 이어갔다. 어쩜 이렇게 일이 끊이질 않는지. 모든 것을 마치고 씻은 뒤 소파에 앉은 시간은 밤 9시, 바로 어깨와 손 마사지기를 꺼내 한 시간가량 뭉친 몸을 풀고 진통제 네 알을 먹고 잠이 들었다.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빛바랜 흑백의 가족사진을 발견했다.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