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에도
나는 거의 출근 시간처럼 눈을 뜬다.
아침잠이 줄어든 건 나이 탓일까,
아니면 오래된 사회생활로
몸이 어느새 그 시간에 익숙해진 걸까.
쉬는 날에도 늘 그렇듯,
세안을 하고 이를 닦고
유산균을 챙겨 먹고
한 주 쌓인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한다.
출근 준비로 허둥대는 평일 아침과는 다르게,
주말엔 어김없이 거실의 큰 TV에
몇 시간이고 멈추지 않는 재즈 음악을 재생해둔다.
음악은,
보통 편견 없이 늘 곁에 두는 것 같다.
조용하고, 별일 없는
그런 평범한 아침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평범함이 좋은 하루들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평범함 위에
여행을 하나 꺼내봤다.
다음에 친구들을 만나면
결정해야 할 여행지.
아직은 혼자만의 계획이고,
어쩌면 그냥 흐지부지될지 모르지만,
오늘은 한번 알아볼까 한다.
사실 처음엔 오키나와를 생각했다.
그 여행은 아직도 선명하다.
반대 방향의 운전대,
낯선 표지판,
그리고 내 마음대로 멈출 수 있었던 도로.
잘 못 타는 자전거로
바닷가를 돌던 그 풍경은
그 날의 햇살보다도 더 따뜻하게 기억난다.
이번에는
그 감정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쉽지만 그 계획을 살짝 접어두고
다른 가능성들을 알아볼까 한다.
짧은 여행 기간,
길지 않은 비행 시간,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몇 개의 나라들을 떠올렸다.
그중엔 처음 가는 곳도,
가본 곳도 있지만
이번엔 가지 않은 곳을
가볼까 한다.
숙소는 한 군데에서 쭉,
걷는 속도도 빠르지 않게,
카페에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곳일 것만 같은 도시.
괜찮지 않을까?
비가 오다 말다 하는
토요일 오후 2시 40분쯤.
이 조용한 리듬 속에서
작은 여행 하나를 상상해본다.
확정된 건 없고,
정해진 것도 없지만,
이렇게 꺼내보는 일만으로도
마음에 설렘이 생겨버렸다.
다음에 친구들을 만나면
정하지 않은 몇 군데의 여행지를
그냥,
조용히 얘기해봐야겠다.
“다음엔 우리, 여기 어때?”
'그냥, 지금 이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각자의 이유로, 그리고 함께 (2) | 2025.06.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