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금 이순간

조용한 루틴 속에서 꺼내보는 여행 이야기

햇빛결 2025. 6. 21. 15:22

 

 

주말 아침에도  
나는 거의 출근 시간처럼 눈을 뜬다.

아침잠이 줄어든 건 나이 탓일까,  
아니면 오래된 사회생활로  
몸이 어느새 그 시간에 익숙해진 걸까.

쉬는 날에도 늘 그렇듯,  
세안을 하고 이를 닦고  
유산균을 챙겨 먹고  
한 주 쌓인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한다.

출근 준비로 허둥대는 평일 아침과는 다르게,  
주말엔 어김없이 거실의 큰 TV에  
몇 시간이고 멈추지 않는 재즈 음악을 재생해둔다.

음악은,  
보통 편견 없이 늘 곁에 두는 것 같다.

조용하고, 별일 없는  
그런 평범한 아침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평범함이 좋은 하루들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평범함 위에  
여행을 하나 꺼내봤다.

다음에 친구들을 만나면  
결정해야 할 여행지.  
아직은 혼자만의 계획이고,  
어쩌면 그냥 흐지부지될지 모르지만,  
오늘은 한번 알아볼까 한다.

사실 처음엔 오키나와를 생각했다.

그 여행은 아직도 선명하다.  
반대 방향의 운전대,  
낯선 표지판,  
그리고 내 마음대로 멈출 수 있었던 도로.

잘 못 타는 자전거로  
바닷가를 돌던 그 풍경은  
그 날의 햇살보다도 더 따뜻하게 기억난다.

이번에는  
그 감정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쉽지만 그 계획을 살짝 접어두고  
다른 가능성들을 알아볼까 한다.

짧은 여행 기간,  
길지 않은 비행 시간,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몇 개의 나라들을 떠올렸다.

그중엔 처음 가는 곳도,  
가본 곳도 있지만  
이번엔 가지 않은 곳을  
가볼까 한다.

숙소는 한 군데에서 쭉,  
걷는 속도도 빠르지 않게,  
카페에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곳일 것만 같은 도시.
괜찮지 않을까?

비가 오다 말다 하는  
토요일 오후 2시 40분쯤.

이 조용한 리듬 속에서  
작은 여행 하나를 상상해본다.

확정된 건 없고,  
정해진 것도 없지만,  
이렇게 꺼내보는 일만으로도  
마음에 설렘이 생겨버렸다.

다음에 친구들을 만나면  
정하지 않은 몇 군데의 여행지를  
그냥,  
조용히 얘기해봐야겠다.

“다음엔 우리, 여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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