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의 시작,
회사 일정은 모두 정리했고,
내 공백을 채울 콘텐츠도 미리 만들어 예약 업로드해두었다.
이제 캐리어만 싸면!!
그동안 블로그에 글을 오래 올리지 못했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조용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쌓아두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잠시 숨을 고를 여행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대부분 나는 혼자 여행을 다닌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서 외롭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다.
정확히 말하면,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오는 건지 잘 모르겠다.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편이다.
집에 있을 때도 늘 뭔가를 꼼지락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지루할 틈이 없이 나만의 방식으로 잘 논다.
물론 함께하는 여행의 좋은 점도 잘 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는 챙겨야 할 것도 늘어나고, 서로의 취향과 리듬을 고려한 계획이 필요해진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혼자 떠나는 쪽을 더 자주 선택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엔 오랜만에 여럿이 함께 떠난다.
언제였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준비는 낯설면서도, 생각보다 즐거웠다.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서로를 배려하며 계획을 세우는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지금 남은 준비라고 해봤자, 공항에서 환전해둔 돈만 찾아가면 끝이다.
그리고 베트남에 도착하면, 내가 미리 주문해둔 신선한 망고가 호텔에 도착해 있을 예정이다.
망고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선, 도착과 동시에 설렘이 시작되는 셈이다.
이런 작은 준비 하나도 여행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챙겨야 할 것들도 늘었고, 여럿이 함께하다 보니 예상보다 비용도 더 들었다.
가끔은 ‘다녀오면 알바라도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 그보다 더 더운 나라로 간다는 게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어차피 떠나는 여정이라면 그 더위마저도 이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 뭔가 많이 달라질 줄 알았다.
조금은 차분해지고, 계획적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여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게 내 안에 아직 남아 있는 자유의 조각인지,
아니면 그냥 변하지 않는 나의 본모습인지
이번 여행에서 조금은 더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다녀와서, 그 여정의 장면들을 차곡차곡 다시 꺼내보려 한다.
'잘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