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시의 감정

정리 정돈, 할 일들이 쌓여가는 하루

햇빛결 2025. 7. 9. 09:00

 

어제는 여전히 바쁜 하루였다. '바쁘다'는 말은 참 여러 의미를 담는다. 어떤 날은 성취감과 보람으로 가득 찬 좋은 의미의 바쁨이고, 어떤 날은 그저 할 일이 끊이지 않아 정신없이 흘러가는 또 다른 하루일 뿐이다. 어제는 후자에 가까운 날이었다.

오후에는 업무 진행을 위해 다른 지역을 다녀와야 했다. 함께 간 팀원들 덕분에 힘들지 않게 다녀오긴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문득 집에 쌓여 있는 또 다른 '숙제'들이 떠올랐다. 바로 이번 주말에 방문할 가족들 때문이었다. 가족이 집에 오기 전까지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단순한 청소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처 손대지 못했던 짐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말 그대로 집안 전체를 거의 '이사'하는 수준으로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쌓인 물건들을 분류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제자리를 찾아주는 작업은 생각만 해도 아득했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혼자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이걸 혼자 어떻게 다 하지?'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지 망설이던 시간은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체 없이 정리 업체를 불러 견적을 의뢰했다. 다행히 예상 비용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견적이 나왔고,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가장 큰 부담 중 하나였던 대규모 집안 정리를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하니,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버릴 짐과 둘 짐을 분리하고 정리하는 일들은 직접 해야 할 테니, 오늘은 퇴근하면 또 일거리가 잔뜩 쌓여 있을 것이다.

 

집 정리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할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인터넷 서비스 재약정과 그로 인한 '혜택'이었다. 마침 인터넷 재약정 시기가 다가와 상담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상품권으로 마침 필요한 물건들을 이것저것 구매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지만, 퇴근 후 온라인 쇼핑몰을 뒤져가며 구매하는 과정도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덕분에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은 큰 위안이었다. 근래에는 핸드폰도 갑자기 부서져서 생각지도 못한 비용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알바라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 정도였다.

 

어쨌든 하루는 그렇게 흘러갔다. 집 정리 업체 예약, 인터넷 관련 물품 구매까지 마치고 나니 문득 냉장고가 눈에 들어왔다. 대충이라도 냉장고 청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날 당장 완벽하게 끝내지는 못했지만, 큼직한 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뿌듯함과 함께 피로감이 몰려왔다.

정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다'는 말이 딱 맞는 하루였다.